2013년 8월 26일 월요일

한국 교회 처음 예배당



한국교회 처음 예배당


구본선 지음/장석철 사진/홍성사 펴냄/17,000원
우리나라엔 백 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교회가 5백 곳이 넘는다. 그중 옛 모습 그대로의 예배당이 남아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 서른 곳도 채 되지 않아 이 한 권의 책 속에 다 담겼다.(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한국 교회의 1세대 예배당 24곳의 역사를 글과 사진으로 엮어낸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다니며 취재한, 교회마다의 고유한 역사와 신앙이 담겨 있다.

“역사가 오랜 교회에 가면 보물찾기에 열중하게 된다. 가장 먼저 찾은 것은 기도상(祈禱床)이다. 1916년 트롤로프 주교가 내려올 때 서울 교인들이 만들어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가로 버팀목에는 ‘경성성공회 구주강생 1916년’이라 쓰여 있다. …예수원 설립자 대천덕 신부의 부인 현재인 사모가 1973년에 그린 성화를 안 보고 갈 수 없다. 성자 마르틴을 그린 것이다.”(136~137쪽)
성자 마르틴은 음성교회의 수호성인으로, 지나가는 거지에게 자신의 망토 반을 잘라주었다는 4세기 프랑스 주교다. 예부터 충북 음성은 가난한 동네다. 성전을 지을 능력이 없던 교인들은 ‘부자 현씨’ 집안에서 집을 새로 짓는다면서 헐어 버린 집의 목재를 가져와 성전을 지었다. 음성에 있는 성공회 예배당 중 세 곳이 기독교 문화재이나, 이 교회는 헌 집을 뜯어다 지었기 때문에 문화재 가치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단다. 고유의 역사, 무형의 역사를 보지 못한 탓이다.

서울 승동교회도 기둥이 전혀 없이 지어진 예배당을 지켜내고 있다. 세월의 무게 앞에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붕괴의 위험이 있어도 꿋꿋이 교회당을 지켜가고 있다. 예배당은 곧 교회 공동체가 간직하고픈 고유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낡은 건물을 허물고, 크고 웅장한 교회 짓기를 즐기는 이유는 어쩌면 지키고픈 추억이 없어서는 아닐까.

《한국 교회 처음 예배당》은, 언제 어떻게 헐리게 될지 모를 교회의 모습을 담았기에 더욱 의미 있는 책이다. 부록에는 이들 교회의 주소와 관련 정보가 실렸다. 직접 방문해서 신앙 선배들의 ‘처음 믿음’들을 온몸으로 느끼라는 배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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